기사입력 2004.02.12. 오후 7:45 최종수정 2004.02.12. 오후 7:4
잊혀져가는 독립 유공자들]=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친일파 후손들 밑에서 벌어 먹고 사는 현실에 비애를 느낍니다.”
대한독립유공자 유족회 김삼열 회장은 광복 뒤 청산되지 못한 역사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하는 지금의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김회장은 “나라도 없어지고 그 누구도 보호를 못해주는 상황에서 목숨 걸고 뛰어든 독립운동의 대가는 참담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독립유공자 가족들은 일제시대 갖은 고초를 겪었습니다. 가정은 풍비박산나고 어머니, 할머니는 일본 순사에게 끌려가 고문당했습니다. 해방을 맞았지만 친일 정권 아래서 가난한 데다 배우지 못해 비참한 삶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김회장은 “광복 뒤 들어선 정권뿐 아니라 그 누구도 독립유공자들이나 그 자손들을 보호하고 돌봐주지 않았다”며 “선대의 애국심, 부모의 죄 아닌 죄 때문에 하위 계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친일 청산이 지지부진한 현실에 대해 그는 “친일파 정리는 어떤 사람을 응징하고 어떤 사람이 밉다라는 차원이 아니다”라며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는 문제와 민족정의·사회정의, 질서, 가치관을 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회장은 “나라와 민족을 배반하는 민족 반역자들이 애국자, 사회지도층이 되면 누가 나중에 나라를 위해 자신을 버리겠느냐. 희생만 당하면 후대에 어떻게 정의를 가르치겠느냐”며 “잘하고 못했다를 규명해 역사적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또 “‘차떼기’ 같은 정치권의 부패·비리의 원류는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아직도 친일파 문제가 논란이 되고 친일진상규명법이 표류중인 현실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유공자나 그 후손들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반드시 역사적 정리를 해야 한다”며 “그뿐만 아니라 비참하게 살아가는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에 대한 보훈·예우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 프로필
Copyright ⓒ 경향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