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친일파 자손 ''떵떵''…독립유공자 후손은 ''가난 대물림''

기사입력 2005.08.15. 오후 8:00 최종수정 2005.08.15. 오후 8:00

독립유공자 후손인 곽기수(72)씨는 매년 돌아오는 광복절이 괴롭게 느껴진다. 국가에서 마련한 광복절 행사에 나가봤자 ‘귀빈’들 뒤에서 들러리나 설 뿐, 독립운동가의 자손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곽씨의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의열단을 조직해 무장독립 투쟁에 나섰다가 8년간 옥고를 치렀던 곽재기(郭在驥·1893∼1952) 선생.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고 국가보훈처로부터 2002년 1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됐지만, 곽씨의 아버지도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사망했기 때문에 후손이 없다는 이유로 곽씨는 지금까지 연금을 받을 수 없었다. 올해부터 월 25만원의 생계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일정한 거처도 없이 살고 있는 곽씨에게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


곽씨는 “독립운동하던 할아버지 때문에 눈 앞에서 어머니가 전기고문 당하는 것까지 보고 국민학교 입학을 거절당하는 등 가족들의 고통이 극심했다”며 “지금 두 딸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가난과 무식뿐”이라고 말했다.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며 그 어느때보다 화려한 행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은 가정을 돌보는 대신 나라를 돌본 ‘죄’ 때문에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받으며 ‘빈곤의 대물림’을 이어가고 있다. 15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한 공로로 건국훈장이나 건국포장, 대통령표창을 받은 애국지사는 본인과 유족을 합쳐 5787명이 등록돼 있다. 이 중 상층은 1035명(18%), 생활안정층 2530명(44%), 생계유지층 2091명(36%), 생계곤란층 131명(2%)이다. 생계유지층 이하는 도시근로자 평균수준 이하의 재산과 소득이 있는 사람으로, 국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까지 포함된 금액으로 계산된다. 특히 저소득층은 유공자 본인보다 유족들이 훨씬 많아 빈곤의 대물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참조〉 흥사단에 따르면 이 중 유족등록증을 받고서도 연금 혜택을 못 받는 유족이 765명이다. 이는 독립유공자의 2∼3대까지만 연금을 지급하는 정부 지원금 정책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이들 중 459명에게 월 25만원의 생계지원비가 지급되고 있지만 이전까지는 아무런 금전적 지원을 받지 못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자부심’ 하나로 경제적 고난을 견뎌내며 살아오던 독립운동가의 후손들도 세대를 거듭할수록 애국심 대신 정부에 대한 불신만 남는다. 회사원 이한규(33)씨의 증조할아버지는 항일운동을 하다가 옥사해 건국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이씨를 비롯해 이씨 주변의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봐도 중상류층 이상은 찾아볼 수 없는 반면 일제강점기 군의관의 후손이라는 이씨의 직장상사는 초호화 아파트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이씨는 “요즘 젊은이들은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의 차이점도 모른다”며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자랑이 못되는 사회 분위기에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독립유공자 유족회 김삼열 회장은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비명횡사했지만 국내에서 재판을 받은 등의 기록이 없는 탓에 독립유공자로 등록되지 못해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유족도 많다”며 “독립유공자들의 업적이 인정받고 특히 이들에 대한 젊은이들의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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