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청산 반대했던 사람이 독립기념관장?
노무현 정부 시절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법안에 반대했던 전직 행정자치부 차관이 이명박 정부 첫 독립기념관장에 취임할 예정이어서 광복회와 대한민국독립유공자유족회 등 민족단체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김주현(58) 전 행정자치부 차관은 24일 오전 10시 대전 독립기념관 강당에서 취임식을 열고 제8대 독립기념관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73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30년간 공직생활을 한 김 전 차관에 대해 민족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나선 까닭은 2004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 제정 논란에서부터 비롯된다.
김 전 차관은 2004년 1월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 중이었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에 정부 대표로 출석, '반대 입장'을 피력했고 당시 이를 지켜보던 광복회와 독립유공자유족회 등 민족단체들은 물론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로부터도 큰 비판을 받았다.
김삼열 유족회장 "민족정기 역사의식 없는 사람 안될 말"
당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법안의 심사소위 위원장을 맡았던 김용균 소위 위원장이 심의 막판에 "최종적으로 정부의 의견은 무엇이냐"고 묻자, 김 전 차관은 "친일반민족행위규명법의 경우 친일행위자의 후손들이 반발해 국민적 갈등이 일어날 수 있고, 반민족행위를 했던 분들이 대부분 사망하거나 연로해 증인과 참고인의 일방적 진술을 막을 장치가 없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게 아니라 학계로 넘기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분개한 송영길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냐"고 고함을 쳤고, 이 자리를 지켰던 대한민국독립유공자유족회장도 김 전 차관을 향해 드잡이 수준의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김용균 소위 위원장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정부와 여당 사이에 조율되지 않은 심의를 계속할 수 없다며 심의를 유보하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불과 4년 전에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반대했던 전직 정부 관료를 독립운동의 얼이 살아 있는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하는 것은 한 마디로 블랙코미디와 같은 상황이라고 민족단체들은 꼬집고 있다.
김삼열 대한민국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반대할 정도로 민족정기와 역사의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독립기념관장에 취임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미 청와대에 여러 차례 반대 의사를 피력한 바 있지만 전혀 수렴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무엇보다 김 회장은 "국민성금으로 세운 독립기념관에 그것도 독립유공자 유족들이 모두 유품을 내어 전시한 곳의 관장에 반민족행위 처벌과 재산몰수에 반대했던 사람을 앉힐 수 없는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청와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임명된 김 전 차관에 대해 문제 삼을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독립유공자유족회는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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