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친일진상법' 다시 제동

기사입력 2004.02.27. 오후 7:08 최종수정 2004.02.27. 오후 7:08


[한겨레] 한나라, 범위 축소시키고도 본회의 상정 보류 시민단체 강력반발 "이번 회기 꼭 처리를" 한나라당이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돼 있던 ‘일제 강점하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안’에 대해 당 지도부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안건 상정을 보류시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는 다음달 2일 본회의를 끝으로 폐회할 예정이어서, 친일 진상규명 특별법이 한나라당의 반대로 결국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전날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일제 강점하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국회 사무처 의사과 관계자는 “한나라당 쪽에서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본회의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다”며 “의안을 상정할 때는 교섭단체간 합의를 거치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친일진상 규명법안의 내용을 당 지도부가 다 검토하지 못했다”며 “검토할 시간이 필요해서 상정 연기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안 발의를 주도한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나라당) 지도부가 검토를 못했다니, 그럼 법사위에 참여한 의원들은 뭐냐”며 “법안을 반대하기 위한 핑계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을 하지 않으면 3월2일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내서라도 법안 처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일진상 규명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친일 행위 대상자가 축소된데다, 한나라당의 요구로 본회의 처리마저 미뤄지자 관련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은 “진상이라도 규명해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자는 것을 막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법사위 수정안은 ‘일본군 장교’를 ‘중좌 이상’으로 제한하고, 각 조항에 ‘전국적 차원에서’라는 문구를 집어넣는 등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범위를 극도로 좁혀놓아 실효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4일 박관용 국회의장이 27일 본회의 상정을 목표로 행정자치위에 직권 회부한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의문사법) 개정안도 본회의 안건으로 오르지 못했다. 행자위 관계자는 “의장이 개정안을 행자위로 회부한 뒤 법안을 심사할 소위원회조차 열지 못했다”며 “아직까지도 행자위 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아 3월2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학철 유가족대책위 간사는 “민주화 운동과 관련이 없더라도 직·간접적인 공권력으로 사망한 경우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대상으로 정하고, 오는 6월 말로 끝나는 의문사위 조사기간도 1년 연장하는 수준의 개정만이라도 이뤄져야 한다”며 “여야 4당은 이번 회기 안에 반드시 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박 의장은 법제사법위원회와 행정자치위원회 사이에서 석 달 넘게 표류해온 의문사법을 지난 24일 행자위에 회부하면서, “행자위 심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7일 본회의에 직권상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영배 황준범 기자 kimyb@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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